하울의 움직이는 성 창작 계기
내가 가장 애정하는 영화 중 하나인,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감독의 영화에 더욱 관심을 갖게 만들어준 영화이다.
물론, 그 이전에도 이웃집 토토로를 좋아했고,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도 재미있게 봤지만,
유독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그림도 서사도 아름다웠고, 여운을 많이 남기는 영화였다.
이런 아름다운 영화를 만든 미야자키 하야오는 어디에서 어떤 영감을 받아서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만들게 되었을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어떻게 이 영화를 만들게 되었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미야자키 하야오가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창작하는 데에는 여러 개인적, 직업적인 요인들의 영향을 받았다.
2004년 개봉한 이 영화는 영국 작가 다이애나 윈 존스의 2001년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미야자키는 동명의 소설을 통해 자기 발견, 전쟁, 순수와 부패의 대조라는 이야기의 주제에 매료되었다. 세계적인 갈등, 특히 이라크 전쟁에 대한 그의 깊은 우려는 전쟁의 파괴적인 성격을 다루는 작품을 만들고자 하는 그의 열망을 불러일으켰고, 미야자키는 또한 소설의 기발한 세계와 등장인물의 복잡성, 특히 개인적 성장을 겪고 있는 등장인물에 대한 그의 관심과 상통하는 소피의 변신에 감탄하게 되었다.
변신이라는 영화의 주제와 아름다움과 파괴의 병치는 미야자키가 오랫동안 환경주의, 반전 정서, 인간 경험에 대해 탐구해 온 내용을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미야자키는 소설의 판타지 요소에서 영감을 얻었지만 여기에 자신의 비전을 주입하여 인간의 취약성과 세계의 가혹한 현실 사이의 갈등을 강조한 것이다. 장인 정신, 기술, 의지가 강한 여성에 대한 그의 사랑은 최종 작품을 형성하여 개인적인 성찰이자 세계에 대한 시기적절한 논평이 된 영화로 이어지게 되었다.
영화와 다른 원작에 대해서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영국 소설가 다이애나 윈 존스의 동명 판타지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1986년에 출판된 원작 소설에서 모티브만 따왔을 뿐, 전혀 다른 작품으로 봐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공통점이 거의 없다. 소설과 영화의 분위기 또한 차이가 많이 나는데, 소설의 분위기는 조금 더 가볍고 동화 같으며, 영화 속 등장인물 또한 모티브만 따왔을 뿐 완전 다른 인물로 묘사되어 있다. 그러나 두 작품 모두 복선 위주의 구성이 탄탄하고 치밀하다.
더군다나 원작 소설은 총 3권의 구성으로 시간 간격을 두고 출판되었는데, 세계관은 공유하지만 제목과 스토리를 별개의 작품으로 출판했지만, 국내에서는 인지도의 문제로 시리즈로 출판되었다. 그래서 1권에서 비중 있게 나오던 하울과 소피가 2권과 3권에서는 다소 적은 비중으로 나와서 독자들을 당황시키기도 했다.
원작에서의 소피는 세 자매 중 맏이로, 고인이 된 아버지로부터 사업을 물려받아 작은 모자 가게를 운영하다가 황무지의 사악한 마녀에게 저주를 받아 노파로 변하게 되면서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환된다.
화려한 두 동생들과 달리 평범한 모습의 자신을 작게만 느끼던 소피는 저주로 인해 더욱 큰 고립감과 패배감을 느끼면서, 저주를 풀기 위해 유명한 마법사 하울을 찾아가게 된다.
하울의 변덕스럽고 허세가 가득한 모습은 소피와 매일 다투는 요인이었지만, 하울이 갖고 있는 정치적, 마법적 갈등과 압박감을 알게 된 소피는 하울을 이해하게 되었고, 하울이 얼마나 깊이 타인을 배려하는지를 발견하게 된다.
마지막 하울과 마녀의 대결을 통해, 하울과 소피는 용기를 내게 되었고, 용기 있는 행동과 선택은 본인들을 성장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독자와 관객에게 주는 용기
원작과 영화 모두 독자와 관객에게 전달해주고자 하는 메시지는 결국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원작 소설가 다이에나 윈 존스가 미야자키 하야오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완벽히 이해했다고 말했듯이 등장인물을 묘사하는 방식이나 스토리에서의 차이점은 있지만, 스토리를 관통하는 주제와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것 같다.
소피와 하울은 서로를 통해 자신을 더욱 알아가면서 상당히 많은 변화를 겪게 되는데, 개인의 성장과 자아실현을 향한 여정을 통해 결국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자기 발견을 통해 인간은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피는 마녀의 저주로 인해, 세상을 전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고, 그 저주는 소피가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고 발견할 수 있는 수단으로 작용했다.
하울은 외모와 명성에 집착하는 허영심 많고 천박한 인물로 등장하지만, 그것은 그의 페르소나에 지나지 않으며, 배려와 희생이라는 그의 본성이 점차 빛을 발하면서 겉모습이 진실을 가릴 수 없음을 시사한다.
소피는 자신이 마법을 걸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끊임없이 자기 암시를 통해 다시 할머니가 되어 버린다. 본인이 갖고 있는 능력조차도 스스로 깨닫지 못했기 때문에, 노파의 모습 속에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갇힐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원작에서 소피의 저주를 풀기 위해 몰래 노력했던 하울의 마법이 실패한 원인 또한 소피의 자기 암시 때문이다.이처럼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자신의 본모습, 내면에 숨겨져 있는 보석 같은 자기 발견을 통해 성장하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라고 용기를 주고 있는 것이다.